일본 노후화 사회

일본 고령자 맞춤형 주택 정책의 변화

myview15000 2025. 6. 28. 14:18

일본 고령사회 진입과 주거 정책의 재편 필요성

일본은 21세기 초반부터 고령사회에 본격 진입하며, 주거정책 역시 새로운 방향으로의 전환이 요구되었다. 2023년 기준 일본의 65세 이상 고령인구는 전체의 약 29%를 차지하며, 이로 인해 주택 수요는 단순한 거주의 기능을 넘어 돌봄, 안전, 접근성, 커뮤니티 기능을 포함하는 복합적 기능을 요구하게 되었다. 전통적인 자가 중심, 핵가족 중심의 주택 정책은 더 이상 고령자의 생활 실정에 부합하지 않게 되었고, 이에 따라 국가 차원에서 고령자 맞춤형 주택 정책의 필요성이 대두되었다.

초기 일본의 주거 정책은 주택 공급 확대와 자가 보유 촉진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었으나, 고령화가 급속히 진행되면서 독거노인과 노부부 가구의 비율이 증가하였고, 이들이 기존 주택에서 생활하기에 많은 물리적·심리적 제약이 따르게 되었다. 예컨대 계단, 단차, 좁은 복도 등은 고령자의 낙상 위험을 높이고, 외출이 어렵거나 이웃과의 교류가 단절되는 문제도 발생했다. 이러한 문제의식 속에서 일본 정부는 1990년대 후반부터 ‘고령자 주거 안정정책’을 본격화하며, 구조적·제도적 전환을 시도하였다.

일본 고령자 맞춤형 주택

 

일본 정책 변화의 흐름과 제도적 기반

1999년 일본 정부는 「고령자 등의 주거 안정 확보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며 고령자 주거 정책의 체계를 마련하였다. 이 법은 고령자의 주거 환경 개선, 임대주택 확보, 시설 복합형 주거 공급 등을 중심으로 구성되었으며, 이후 지속적인 법 개정과 예산 확대를 통해 고령자 맞춤형 주택 정책은 점진적으로 진화하였다. 대표적인 제도로는 ‘고령자 전용 임대주택 제도(高齢者専用賃貸住宅)’가 있으며, 이는 바리어프리 설계, 안전관리 시스템, 돌봄 기능 등을 포함한 임대주택을 고령자에게 제공하는 것이다.

또한 2001년부터는 ‘서비스 포함 고령자 전용 주택(サービス付き高齢者向け住宅, 이하 사코주타쿠)’ 제도가 도입되며, 주택 내 생활지원 서비스(안부 확인, 응급 대응 등)를 제공하는 민간임대주택의 보급이 본격화되었다. 이는 기존 요양시설과 자가주택 사이의 중간 단계로서, 고령자의 자율성과 안전을 동시에 확보하려는 시도로 평가된다. 일본 국토교통성과 후생노동성은 공동으로 보조금, 세제 혜택 등을 통해 이 제도의 보급을 장려하였으며, 2023년 기준 사코주타쿠는 약 27만 세대를 초과하는 수준으로 확대되었다.

한편, 기존 자가주택의 개조 지원도 주요 정책 중 하나이다. ‘고령자 주택 개조 보조금’ 제도를 통해 고령자가 거주 중인 주택에 난간 설치, 욕실 개조, 단차 제거 등 바리어프리 공사를 지원하고 있으며, 이는 고령자의 거주 지속 가능성을 높이는 데 일정한 효과를 거두고 있다. 정책은 점차 ‘주택을 제공’하는 차원을 넘어, ‘거주지에서 존엄한 노후를 유지’하도록 돕는 방향으로 재편되고 있다.

 

 

지역사회 기반 주거 정책으로의 확대

일본 고령자 주거 정책은 물리적 주거 공간을 넘어서 지역사회와의 연계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 고령자가 삶의 마지막까지 거주지에서 생활하기 위한 지역사회 기반 모델로, ‘지역 포괄 케어 시스템(地域包括ケアシステム)’이 대표적이다. 이 시스템은 주거, 의료, 간병, 예방, 생활지원이 하나의 생활권 내에서 통합적으로 제공되도록 설계된 구조로, 고령자가 요양시설에 입소하지 않고도 지역에서 삶을 지속할 수 있도록 돕는다.

이와 함께 각 지자체는 커뮤니티 기반의 고령자 지원주택을 확대하고 있다. 예를 들어, 교토부, 아이치현, 후쿠오카현 등에서는 공공임대주택 내에 커뮤니티룸, 지역 복지거점, 건강관리 서비스 공간 등을 설치하고 있으며, 고령자들이 지역사회 속에서 고립되지 않고 상호 교류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특히 독거 고령자의 증가에 대응하기 위해 ‘고령자 고독사 예방 모델 하우스’, ‘이웃 간 안부 확인 프로그램’ 등이 병행되고 있다.

또한 고령자의 이동성 문제를 고려한 ‘역세권 고령자 주거지 개발’이 민관협력 하에 진행되고 있다. 이는 대중교통 접근성이 좋은 지역에 고령자 친화형 주택을 집중 공급하여, 의료기관, 상점, 커뮤니티 시설 접근성을 높이고 고립을 방지하려는 목적을 갖는다. 지역 밀착형 정책은 ‘삶의 질(QOL)’을 중심으로 고령자의 자립을 도모하는 현대 일본 주거정책의 핵심 축으로 자리 잡았다.

 

 

일본 고령자 주택 정책의 향후 과제

일본의 고령자 맞춤형 주택 정책 변화는 단순한 건축 구조의 개선에 머무르지 않고, 고령자의 생활양식, 건강 상태, 사회적 관계, 경제적 여건 등을 포괄적으로 반영하는 다층적 정책으로 발전해왔다. 이는 전통적 복지모델에서 벗어나 고령자 중심의 삶 설계라는 방향성을 제시하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 특히 자율성과 안전을 동시에 보장하며, 돌봄과 주거의 융합이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정립하였다는 점은 세계적으로도 주목받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과제는 남아 있다. 첫째, 사코주타쿠 등의 임대료가 고령자의 소득 수준에 비해 부담이 크다는 지적이 있으며, 경제적 취약계층을 위한 공공 주거 공급 확대가 필요하다. 둘째, 도심과 농촌 간의 인프라 격차로 인해 정책 효과가 지역별로 상이하게 나타나고 있다. 농촌에서는 고령자 주거 대안이 부족하고, 서비스 접근성이 낮아 거주 지속 가능성이 떨어진다. 셋째, 고령자의 다변화된 욕구를 반영할 수 있는 ‘맞춤형 거주지 설계’가 아직 초기 단계에 머물고 있다. 건강한 고령자와 치매 고위험군, 독거 고령자와 가족 동거형 고령자 등 다양한 삶의 조건에 대응하는 주택 정책 개발이 요구된다.

일본의 고령자 주거 정책 변화는 고령화가 본격화되고 있는 한국을 비롯한 여러 국가에 선제적 정책 모델로서의 역할을 할 수 있다. 단순한 시설 공급이 아니라 지역 내 정주와 돌봄의 통합, 커뮤니티 강화, 삶의 질 향상이라는 관점에서 주택정책을 바라보는 일본의 사례는, 향후 전 세계 고령화 시대 주거복지정책의 방향성을 제시하는 주요한 기준점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