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노후화 사회

일본 고령화가 출산율에 미친 영향과 한국 비교

myview15000 2025. 6. 29. 14:46

일본 초저출산·고령화의 교차점

일본은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고령화가 진행된 국가 중 하나이며, 그 과정에서 출산율은 장기적으로 하락했다. 1970년대까지만 해도 일본은 인구 증가와 함께 비교적 안정적인 출산율을 유지했으나, 1980년대 중반 이후 합계출산율이 급격히 하락하기 시작했다. 이 추세는 단순한 인구통계학적 전환을 넘어 경제, 고용, 주거, 문화 등 구조적 요인과 밀접하게 연결된 복합적 현상이다.

한편, 한국 역시 2000년대 이후 유례없는 초저출산을 기록하고 있으며, 일본보다 늦게 고령화가 시작되었음에도 더 빠른 속도로 초고령사회에 진입하고 있다. 특히 출산율 하락과 고령화가 서로 어떤 방식으로 영향을 주고받는가에 대한 분석은 양국의 인구정책 수립과 미래 사회 설계에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본 글은 일본에서 고령화가 출산율에 미친 영향을 다각도로 분석하고, 그 양상이 한국과 어떻게 유사하거나 차별적인지를 비교함으로써 동아시아 고령사회가 직면한 저출산 구조의 공통성과 특수성을 함께 살펴보고자 한다.

일본 고령화가 출산율에 미친 영향

 

 

일본 고령화가 출산율에 미친 구조적 영향

일본에서 고령화가 본격화된 시점은 1990년대 초반으로, 65세 이상 인구 비중이 14%를 넘기며 고령사회에 진입했다. 이 시기를 기점으로 합계출산율은 1.5 이하로 하락했고, 이후 줄곧 1.3~1.4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고령화와 출산율 하락 사이의 인과관계는 단순하지 않지만, 몇 가지 구조적 경로를 통해 상호 연동되는 양상이 확인된다.

첫째, 노령화로 인한 국가 재정 부담 증가가 젊은 세대를 위한 복지 및 출산 지원 재원 확보에 제약을 가했다. 일본 정부는 2000년대 들어 사회보장 지출의 70% 이상을 노인 관련 의료·연금·요양에 배분하고 있으며, 청년층을 위한 주거, 육아, 고용 안정 지원은 상대적으로 후순위로 밀려났다. 이에 따라 젊은 세대는 결혼과 출산을 경제적으로 회피하게 되며, 이는 직접적인 출산율 저하로 이어진다. 실제로 내각부는 2022년 보고서에서 “고령화가 진전될수록 청년층 대상 정책 우선순위가 낮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둘째, 노인 중심의 사회문화적 가치관이 사회 전반에 고착되면서 젊은 세대의 삶의 다양성이 위축되는 결과를 초래했다. 예컨대, 직장 내 세대 격차, 지역사회의 고령화에 따른 보수적 분위기, 가족주의적 역할 기대는 젊은 세대가 독립적인 삶을 계획하거나 자녀를 양육할 수 있는 환경을 제한하게 된다. 특히 지역사회에서 ‘아이를 낳고 기르는 것’이 공동체의 역할로 기능하지 않게 되면서, 출산을 둘러싼 사회적 지지망이 사라지고 있다.

셋째, 도시화와 인구 구조 고령화가 동시에 진행되면서 젊은 층의 지역 이탈이 가속화되었고, 이에 따라 지방에서는 출산이 가능한 인구 자체가 급감했다. 일본 국립사회보장·인구 문제연구소는 지방 896개 시정 촌을 ‘소멸 가능 지역’으로 분류했으며, 이들 지역은 2040년까지 가임기 여성 인구가 절반 이하로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고령화는 단순히 노인의 증가만이 아니라, 출산 가능 인구의 감소와도 직결된 문제라는 점에서 구조적 영향을 갖는다.

넷째, 고령화로 인해 사회 전반의 소비 패턴, 도시 계획, 정책 설계가 고연령층 중심으로 변동되면서, 청년 세대를 위한 공간적·문화적 인프라가 약화하였다. 예를 들어 보육시설보다 노인 요양시설이 우선 배치되고, 지역사회 예산도 고령자 대상 프로그램에 집중되면서, 출산 후 정착이 가능한 도시환경이 줄어들고 있다. 이와 같은 현상은 출산과 육아를 지원할 사회적 기반이 점점 더 희박해지고 있다는 점을 반영한다.

마지막으로, 노인 부양 부담 자체가 출산에 대한 심리적 저항 요인으로 작용하는 경우도 있다. 일본 후생노동성은 최근 보고서에서 “젊은 세대가 노부모의 간병과 경제적 지원을 동시에 떠맡는 상황에서 자녀 양육까지 고려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구조”라고 밝힌 바 있다. 특히 40대 이하 세대가 노년층을 동시에 부양해야 하는 ‘더블 케어(Double Care)’ 문제는 출산 의지를 직접적으로 위축시키는 요소로 지목되고 있다.

결과적으로, 일본의 고령화는 재정 구조, 인구 분포, 문화적 가치관, 사회 인프라 등 다양한 경로를 통해 출산율 하락에 구조적인 영향을 미쳤으며, 이는 단순한 인구구조 변화 이상의 사회 전반의 기능 재편 문제로 확장되고 있다.

 

 

일본과 한국의 고령화와 출산율 하락의 구조적 유사성과 차이

한국은 일본보다 약 20년 늦게 고령화가 시작되었지만, 출산율은 더 빠르게 하락했다. 2023년 기준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0.72명으로, 일본(1.26명)보다 낮고 OECD 회원국 중 최저다. 한국은 2025년경 고령사회(65세 이상 인구 비중 20%)에 진입할 것으로 전망되며, 일본보다 짧은 기간에 더 빠른 속도로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다. 이에 따라 출산율 저하와 고령화의 동시 충격은 일본보다 더 급격하게 한국 사회를 압박하고 있다.

한국에서도 고령화가 출산율에 영향을 미치는 방식은 일본과 유사하게 관찰된다. 먼저, 노인 복지 중심의 예산 구조가 청년·육아 관련 정책에 대한 실효적 지원을 제한하고 있다. 보건복지부 자료에 따르면 2023년 한국의 사회보장 예산 중 65%가 노령층 대상이며, 청년층의 주거·고용·보육 문제는 여전히 정책의 주변부에 머물러 있다.

또한 한국 사회는 고령층이 정치적으로 더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어, 정책 우선순위가 고령자 중심으로 설정되는 경향이 뚜렷하다. 이에 따라 청년층은 주거비, 양육비, 사교육비 등의 부담을 스스로 떠안으며 결혼과 출산을 미루거나 포기하게 된다. 실제로 2022년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34세 여성의 절반 이상이 향후 자녀 계획이 ‘없다’고 응답했으며, 가장 큰 이유는 ‘경제적 여건의 부족’이었다.

그러나 일본과 비교해 한국의 저출산은 고령화 그 자체보다, 경쟁 중심 사회구조, 주택 가격 상승, 과도한 사교육비, 장시간 노동 등 ‘청년의 삶의 질을 구조적으로 압박하는 요소들’에 더 강하게 기인하는 경향이 있다. 일본이 고령화에 의한 사회적 압력으로 청년의 출산 여건을 약화시켰다면, 한국은 고령화 이전부터 청년의 독립과 자녀 양육이 비현실적인 사회적 구조로 고착된 측면이 있다.

 

 

비교 시사점과 향후 과제

일본과 한국의 경험은 고령화가 단순히 인구 통계상의 문제를 넘어 출산율 하락을 유발하는 사회구조적 문제와 긴밀히 연결되어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고령화가 가속화되면 사회 전체 자원이 노년층에 집중되며, 결과적으로 미래세대를 위한 투자 여력이 약화하는 경향이 강해진다. 이는 교육, 주거, 육아, 고용 등 핵심 생애 주기에 있어 청년 세대가 자립을 포기하게 만들고, 그 결과 출산을 유예하거나 거부하는 선택으로 이어진다.

따라서 양국 모두 고령자 복지와 청년 세대 지원 간의 정책 균형 재조정이 절실하다. 일본은 최근 ‘세대 간 책임 분담’을 강조하며, 청년층 대상의 출산 장려, 육아휴직 확대, 지방 정착 지원 정책 등을 확대하고 있으며, 한국 역시 2024년부터 ‘초저출산 위기 대응 특별기구’를 설치하고 관련 예산을 증액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 정책이 실질적인 청년 삶의 질 개선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면, 단기적 출산율 회복 효과도 기대하기 어렵다.

또한, 출산 가능 연령대의 인구를 유지하는 것이 고령사회 대응의 핵심이라는 점에서, 젊은 층의 이민 수용, 유연한 가족 형태 인정, 남성의 돌봄 참여 확대, 노동시간 단축 등 문화적 전환과 제도 혁신이 병행되어야 한다. 일본과 한국 모두 고령화를 넘어 ‘초고령사회’로 향하는 경로에 있다. 따라서 고령자 중심 사회 구조를 넘어 세대 간 공존의 지속 가능한 사회 모델을 어떻게 설계할 것인지는, 단지 출산율 수치 이상의 의미를 가진 국가적 과제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