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노후화 사회

일본 고령자와 반려동물의 공존 구조와 복지제도 통합 가능성

myview15000 2025. 7. 6. 23:59

일본 고령화 사회에서 반려동물이 차지하는 새로운 의미

고령화가 급속도로 진행되고 있는 일본 사회에서 반려동물은 단순한 애완의 범주를 넘어서 고령자의 심리적·사회적 안정과 직결된 중요한 존재로 부각되고 있다. 가족 구성원의 형태가 다양화되고 독거 고령자의 수가 지속해서 증가함에 따라, 반려동물은 ‘정서적 가족’ 혹은 ‘비공식적 동반자’로서의 기능을 수행하며 인간의 사회적 관계망 결핍을 대체하고 있다. 과거에는 은퇴 이후 자녀나 배우자와 함께 지내는 것이 일반적이었으나, 현재는 가족 해체와 단독 생활이 일반화되면서 고령자가 동물을 주요한 관계 주체로 인식하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고령자의 일상 패턴, 소비 행동, 심리적 안정감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반려동물이 돌봄과 복지 영역에까지 확장되고 있다는 점에서 중요한 사회적 전환을 시사한다.

일본 내 반려동물 관련 시장 규모는 2023년 기준 약 1조 6천억 엔을 돌파했으며, 이 중 약 40%가 60세 이상 고령자 소비자로 확인되었다. 이는 단순히 고령자들이 반려동물을 키우는 비율이 높다는 사실을 넘어, 반려동물이 고령자 삶의 중요한 구성요소로 자리 잡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이 관계가 깊어지는 만큼 새로운 복지적 과제도 함께 발생하고 있다. 고령자의 건강 악화, 입원, 사망 등의 변수는 반려동물의 돌봄 공백으로 이어지며, 이 과정에서 사회적 시스템의 개입 여부가 갈수록 중요해지고 있다. 본 글에서는 일본 고령자와 반려동물의 관계 변화가 갖는 구조적 특성과 그로 인해 제기되는 복지 정책의 접점 문제를 탐색하고, 향후 제도 설계의 방향성을 모색하고자 한다.

 

 

일본 고령자와 반려동물의 관계 변화

최근 일본 고령자들 사이에서 반려동물은 감정적 위안과 실존적 동반자로 기능하고 있다. 특히 독거 고령자의 경우, 반려동물은 일과를 유지하는 이유이자, 사회적 고립으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는 수단으로 인식된다. 고령자의 약 65%가 ‘반려동물 덕분에 외부 활동을 지속한다’고 응답한 조사 결과는, 반려동물이 삶의 루틴을 구성하고 정신적 안정에 결정적 역할을 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이러한 경향은 개, 고양이에만 국한되지 않으며, 조류나 작은 포유류, 심지어 관상어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형태로 확장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단순한 취향의 차원에서 설명될 수 없다. 일본 사회의 고령자들은 자녀와의 물리적·정서적 거리, 배우자와의 사별, 이웃과의 관계 약화 속에서 실질적인 정서 교류의 상대를 찾지 못하고 있다. 그 결과, 반려동물이 그 공백을 메우는 핵심적 역할을 하게 된다. 더욱이 일본의 문화적 특성상 인간 간의 직접적인 감정 표현이 제한되는 분위기에서, 반려동물은 판단과 조건 없이 감정을 수용해 주는 존재로 인식되며, 고령자의 정서 안정 효과는 더욱 뚜렷하게 나타난다.

반려동물을 양육하는 고령자는 단지 ‘함께 사는 동물’을 넘어서, 자신이 ‘누군가에게 여전히 필요한 존재’라는 인식을 갖게 된다. 이는 자존감 회복, 우울증 예방, 기억력 유지 등 다양한 정신적 건강 지표에서도 긍정적 결과를 도출한다. 특히 치매 초기 단계 고령자에게 반려동물이 미치는 영향은 여러 사례를 통해 실증되고 있으며, 일정한 돌봄 행위 자체가 두뇌 기능 유지와 관련된 인지적 자극으로 작용한다는 점에서 반려동물과의 상호작용은 단순한 취미나 위로의 차원을 넘어 ‘비공식적 치료’의 성격을 띠고 있다.

일본 고령화 사회에서 반려동물

 

 

고령자와 반려동물이 함께 노후화될 때의 문제

그러나 고령자와 반려동물 간의 밀접한 정서적 관계가 때로는 복지 시스템에 새로운 도전 과제를 던지기도 한다. 가장 뚜렷한 문제는 고령자의 건강 악화나 사망 시 발생하는 ‘돌봄 공백’이다. 일본에서는 고령자가 병원에 장기 입원하거나 요양시설에 입소할 경우, 반려동물의 처리가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가족이나 지인이 이를 대신 돌보지 않는 한, 유기 동물로 전락하거나 보호센터에 맡겨지는 경우가 빈번하다. 실제로 도쿄도 동물보호센터 통계에 따르면, 최근 3년간 보호된 유기 동물 중 약 21%가 ‘고령자 병환 또는 사망’에 의한 사례로 집계되었다.

이처럼 고령자와 반려동물이 함께 노후화되면서 발생하는 문제는 단지 유기 방지 차원을 넘어서 사회적 책임과 윤리적 구조의 재정립을 요구한다. 고령자는 본인의 생애 후반기에도 반려동물과 함께 있는 것을 원하지만, 사회는 아직 그 요구를 제도적으로 수용하지 못하고 있다. 요양시설의 경우 대부분 반려동물 동반 입소를 허용하지 않으며, 노후주택도 반려동물 친화적 구조가 미비한 경우가 많다. 이는 고령자에게 있어 삶의 중요한 동반자를 강제로 분리하는 구조이며, 실제로 반려동물과의 이별 이후 급속한 건강 악화를 겪는 사례도 다수 보고되고 있다.

또한, 고령자가 사망한 후 남겨진 반려동물에 대한 사후 관리 체계 역시 거의 전무하다. 일부 고령자는 자발적으로 유언장이나 사전 계획서에 반려동물의 사후 보호자를 지정하기도 하지만, 법적 효력이 약하거나 사회적으로 잘 알려지지 않아 실효성이 낮은 상황이다. 이러한 돌봄 사각지대는 반려동물의 생애권 보호와 고령자의 삶의 질 향상 모두를 저해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일본 고령자와 동물의 공존 기반 확립

고령자와 반려동물의 관계가 단순한 감정적 유대에 머물지 않고 실질적 복지 요소로 기능하기 위해서는, 공공복지 시스템과의 접점이 구조적으로 마련되어야 한다. 첫 번째로 요구되는 것은 ‘고령자-반려동물 공동 돌봄 지원 제도’의 제도화이다. 예컨대, 고령자가 병환이나 단기 입원 시 반려동물을 일정 기간 보호해 주는 ‘임시 보호 서비스’가 전국 단위에서 체계화되어야 하며, 일부 지역에서 시행 중인 ‘돌봄 협약 제도’를 전국적으로 확산시킬 필요가 있다.

둘째, 요양시설과 주택 정책 측면에서 ‘반려동물 동반 가능 노후 시설’의 보급이 절실하다. 현재 일본 전역에는 반려동물 동반 입소가 가능한 고령자 시설이 일부 존재하지만, 그 수가 제한적이며 비용 부담도 상당하다. 국가 차원에서 공공임대주택 혹은 노인 복지주택 내 반려동물 친화형 설계를 장려하고, 돌봄 인력과 동물 전문가가 협력하는 복합 서비스가 제공되어야 한다. 이는 고령자의 삶의 연속성과 주거 안정성을 높이는 효과를 가진다.

셋째, 고령자 반려동물 사후 대책으로서 ‘동물 유산 신탁 제도’나 ‘반려동물 보호 유언장’의 법제화도 검토되어야 한다. 고령자가 사망한 후에도 반려동물이 안정적으로 보호받을 수 있도록 재산 일부를 사후 보호 기관에 기부하거나, 보호자 지정을 공식화할 수 있는 장치가 필요하다. 이는 반려동물의 생애 복지를 보장하는 동시에 고령자의 심리적 안정을 지원하는 중요한 제도적 기반이 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사회 전체가 반려동물을 단순한 ‘소유물’이 아닌, 고령자의 삶을 지지하는 ‘비공식적 돌봄 자원’으로 재인식하는 것이다. 복지의 개념이 인간 중심에서 확장되어야 하며, 이는 고령화 사회에서 인간과 동물이 함께 존엄하게 살아갈 수 있는 생태적 복지 모델로 이어져야 한다. 고령자와 반려동물의 공존을 위한 사회적 기획은 일본만의 문제가 아니며, 고령화 속도가 가파른 한국 등 주변 국가들에도 강력한 시사점을 제공한다.